자녀와 함께 주말 오후 소아과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소아과 안에는 몇 안 되는 손님만이 기다리고 있어 붐비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안내 전광판에는 대기 환자가 수십명으로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직접 병원에 오지 않고도 병원 진료를 예약할 수 있는 ‘유료예약’ 앱 이용자들이었다. A씨는 “1시에 도착한 아이는 3시가 넘도록 기다리고 있는데 3시에 도착한 아이는 바로 진료를 봤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오전 9시에 소아과 문이 열리자마자 들어가도 이미 수십명의 대기자가 예약돼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비용을 내고 비대면으로 병원 진료를 예약하는 ‘유료예약’ 앱이 확산하며 앱을 이용하지 않는 일반 환자는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병원 유료예약 기능을 제공하는 앱 ‘똑딱’의 누적 가입자 수는 출시 7년 만에 1000만명을 넘어섰다.
이 앱은 스마트폰으로 자택 등에서 병원 진료를 예약하고 진료 시간에 맞춰 병원에 방문하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무작정 소아과로 찾아가 ‘무한 대기’하는 현상을 많이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정작 앱을 사용하지 않는 이들은 불편함을 호소한다. 현장 접수와 똑딱 접수를 함께 받는 병원의 경우 ‘똑딱을 이용하지 않으면 진료받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지 않거나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선호하지 않는 장년층 이상 환자들이 ‘디지털 소외’를 당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똑딱이 유료화를 선언했다는 점도 부모들의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똑딱은 최근 무료로 제공하던 예약 기능을 유료로 돌려 월 1000원의 구독료를 받고 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똑딱 없이는 사실상 소아과 진료를 받기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이대로라면 향후 의료 예약시장을 과점한 똑딱이 구독료를 대폭 올리더라도 환자들에게 별다른 선택지가 없게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서비스의 공공성을 고려했을 때 최대한 다양한 이들의 접근성을 고루 보장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병원에서는 공급자 편리에 기반해 이용자에게 (앱 사용을) 사실상 강요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노인이나 장애인 같은 취약집단에는 의료 이용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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