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편 후 ‘더 내고 똑같이 받는’ 미친상황!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가 마련해 정부에 제출하는 연금개혁 보고서는 그동안 연금개혁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해 온 소득보장강화론과 재정안정화강화론의 의견을 병렬적으로 담아 형식적으로는 균형을 갖춘 것처럼 보인다.
재정계산위원회는 이번 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의 장기적 운영 원칙’(2장)으로 노후소득보장 목표와 국민연금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 목표를 각각 제시했다.
보고서는 노후소득보장 목표와 관련해선 “국민연금이 실질급여도 낮고, 드넓은 사각지대가 존재해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지 못하기에 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높이기 위한 제도개선이 요구된다”면서도 “노후소득 목표에 대한 포괄적인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만 언급했다.
특히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보고서는 “지난 4차례의 재정계산에서 제시된 재정목표를 계승하여 재정계산 기간 중 적립기금이 소진되지 않도록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연금 재정을 보험료와 소득대체율 간의 ‘보험 수리적 계산’으로만 좁게 보는 재정안정화론의 시각이 강하게 반영된 목표 설정이라고 노후소득보장론 쪽이 불만을 제기하는 대목이다. 연금재정을 국고지원이나 사회보장세 도입 등 한국 사회 전체 재정 여력으로 시야를 넓혀서 보는 노후소득보장론 쪽 논리는 목표에서 원천적으로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후소득보장 방안을 다룬 4장에서 소득대체율 유지 안과 인상안이 각각 제시된 점도 그렇다. 즉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배에 이를 정도로 높고 노령연금 평균액이 2022년 여전히 58만6천원에 그치는데도, 소득대체율을 현행 그대로 ‘40년 가입 40% 유지’하도록 한 ‘소득대체율 유지 안’이 노후소득보장방안의 하나로 기술된 것도 다소 모순적이다. 이런 내용은 재정안정화강화론을 주창하는 위원의 강한 요구와 복지부의 뜻이 반영돼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노후소득보장 지표인 소득대체율(추후 받게 되는 연금액이 생애평균소득 대비 몇 %인지를 보여주는 비율)은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때 가입기간 40년 기준 70%였다. 그러나 기금소진 논란에 따른 재정 불안론이 퍼지면서 1997년 1차 연금개혁에서 60%로 떨어졌다. 이어 2008년 2차 연금개혁 때 또 다시 60%에서 매년 0.5%포인트씩 낮아져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40%까지 떨어지도록 돼 있다. 2023년 현재 소득대체율은 42.5%다.
지난 8월11일 열린 20차 회의에서 이른바 ‘소득대체율 유지 안 다수의견, 소득대체율 인상안 소수의견’이란 표현을 보고서에 명기하기로 한 결정도 재정안정화론에 다분히 무게를 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소득보장강화론의 견해를 가진 두 위원이 “부적절한 처사”라며 퇴장하는 상황까지 벌어진 배경이다. 소득보장강화론 쪽 위원들은 애초 위원회 구성부터 “우리 쪽은 15명 중 2명에 불과해 균형을 잃었다”고 말했다.
재정계산위원회는 이번 보고서에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 연금 수급개시연령 조정 말고도 다양한 제도 개선안을 담았다. 국민연금 지급을 법으로 보장하는 방안, 첫째 자녀부터 자녀당 12개월씩 최대 50개월까지 가입 기간을 인정해주는 출산크레딧 지원 범위를 60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여기에 더해 현재 59살로 고정된 가입연령 상한을 순차적으로 수급개시연령에 일치시키도록 하는 가입연령 조정 방안도 제시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특히 새롭게 강조된 방안이 있는데, 대표적인 안이 바로 재정안정화 방안으로 제시된 ‘기금투자수익률 제고’ 방안이다. 기금투자수익률이 1%포인트를 상향했을 때, 기금소진 시점은 5차재정계산 때보다 5년 더 늦춘 2060년으로 추계된 데 따른 추가 재정안정화 조처로 제시된 시나리오다.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보완과제’로 퇴직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수익률을 제고하는 ‘퇴직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능 강화’ 방안을 담은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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