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값을 아낄 겸 간단히 끼니를 때울 생각이었는데 참치김밥 한 줄에 라면을 시키니 9000원이 나와서다. "참치김밥이 한 줄에 5000원인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 가격이면 제육덮밥 한 그릇을 시켜 먹을 수 있었다"면서 "물가가 오른 줄은 알았지만 이젠 분식조차 쉽게 못 사 먹는 시대가 된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이 나온다.
한때 단돈 1000원에 끼니 해결이 가능했던 김밥을 이젠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외식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김밥 한 줄이 평균 3000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최근 속 재료 가격도 급등하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2500원을 넘어 5000원을 넘는 김밥도 흔해졌다.
17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기준 김밥 한 줄 가격은 평균 3100원으로 전년(2769원)과 비교해 11.9% 올랐다. 김밥 가격은 수년간 쭉 오름세다. 3년 전인 2020년 1월 2408원이었던 서울 지역의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2021년 2654원으로 10% 올랐다. 2022년 8월엔 3046원으로 처음 3000원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비싼 경우도 많다. 김밥 속 재료 가격이 최근 들어 급등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분식점이나 김밥 전문점에서 김밥 한 줄이 5000원에 육박하는 것도 흔한 일이 됐다. 속 재료를 변경하거나 토핑 등을 추가할 경우 8000원에 이르는 것도 예사다.
실제로 대부분의 김밥 재료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통계를 보면 16일 기준 무세척 당근 1㎏의 평균 소매 가격은 4808원으로 1년 전 2873원과 비교해 67% 올랐다. 평년 수준인 3207원보다도 49% 비싼 셈이다. 오이(가시 계통) 역시 1만8595원으로 전년(1만4379) 대비 29% 올랐고 무도 1개당 2076원으로 1년 전 1689원보다 22% 가격이 상승했다. 주재료인 김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물가협회 생활 물가 시세표를 보면 서울 기준 상품 개량김 100장은 지난 15일 평균 가격이 1만4900원으로 1년 전 1만2900원보다 15% 상승했다. 채소 가격의 폭등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한파와 폭설 등 기후 영향이 컸다. 제주 지역 등 재배지에서 한파와 폭설로 무, 양배추, 당근 등 월동 채소의 언 피해가 발생해서다.
이런 상황에 소비자들은 씁쓸한 표정이다. 라면과 함께 먹어도 5000~6000원이면 끼니가 해결돼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주목받았으나 불과 수년 전 한 끼 식사에 육박한 가격이 되면서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자영업자들도 속앓이 중이다. 특히 재료비 급등으로 마진을 남기기 위해선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가격을 올렸다가 단골마저 끊길까 봐 우려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각인된 서민 음식이란 이미지도 여기에 한몫했다. 이런 이유로 아예 김밥 속 재료를 알차게 채우거나 비싼 식자재를 쓰는 대신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전문점이 느는 등 김밥의 프리미엄화도 진행 중이다.
김밥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싸졌냐며 놀라는 손님도 많고 포장 주문도 예전 같지 않다면서 "재료비를 생각하면 더 올려도 모자랄 판이지만 손님이 끊길까 봐 그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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