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등 주택 628채를 보유한 ‘빌라왕’을 앞세워 80억원대 전세 사기 행각을 벌인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2017년 7월부터 약 3년간 서울 강서구 등 수도권 일대에서 임차인 37명의 보증금 80억원을 빼돌린 전세 사기를 주도한 혐의로 부동산 매매 컨설팅업체 대표 신모(37)씨 등 78명을 검거해 수사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은 신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지난해 이 사건이 불거졌을 때 경찰이나 전세 피해자들은 빌라 등 주택 628채의 소유자인 김모(50)씨가 주범이라고 의심했었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그는 명의만 빌려준 이른바 ‘바지 빌라왕’이었던 것이 드러났다.
김씨는 신씨로부터 수수료 등을 미끼로 빌라 수백 채를 넘겨받은 인물이었을 뿐, 실제 전체적인 사기 범행은 신씨 등이 설계한 것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신씨 일당은 빌라 건축주나 공인중개사 등과 함께 사기를 칠 세입자를 구하거나 매입할 빌라를 찾는 등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매매와 전세 계약을 동시에 체결하는 이른바 ‘동시진행’ 수법을 써서 세입자를 속였다. 전세 세입자가 빌라 건축주와 임대차 계약을 맺고 전세금을 주면, 건축주가 세입자 몰래 빌라왕과 매매 계약을 맺고 빌라 명의를 넘겼다.
이들은 분양가보다 10% 이상 높게 전세금을 매긴 뒤 세입자를 구하는 수법을 썼다. 예컨대 2억원짜리 빌라는 2억2000만원에 들어올 세입자를 구한 뒤, 2억원은 빌라 건축주에게 주고 자기들은 2000만원을 챙기는 식이었다. 경찰은 이 수법으로 신씨 일당이 빼돌린 돈만 8억원에 달하고, 신씨 본인이 챙긴 돈은 이 중 1억2000만원가량이라고 했다.
경찰은 신씨가 섭외한 ‘바지 빌라왕’이 몇몇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지난 2021년 7월 제주에서 숨진 채 발견된 또 다른 빌라왕 40대 정모씨 사건의 경우 이미 신씨가 관여한 정황이 포착됐다. 정씨는 서울 강서구 일대의 빌라 등 약 240채를 소유한 것으로 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전세 사기를 막기 위해 임대인이 변경되는 경우 즉시 세입자에게 통지하고,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경우 계약을 취소한다는 내용 등을 전세계약서에 넣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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